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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 칼럼] 무지는 어떻게 나댐이 되었나

바르마스 2025. 1. 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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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는 어떻게 나댐이 되었나

 

무지는 어떻게 나댐이 되었나

얼마 전 ‘‘그런’ 페미니즘은 없다-불안은 어떻게 혐오가 되었나’라는 주제의 강의가 있었다. 우리 사회 일각의 여성 혐오 현상을 살펴보자는 취지였다. 이럴 때 꼭 등장하는 이름, 일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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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구호를 제안했다. "무지는 어떻게 나댐이 되었나". 학력이든 학력이든 유/무식, 인식/무지와 무관하다. 사람마다 아는 분야가 다를 뿐이다. 왜 어떤 지식은 사상이고, 어떤 지식은 경험인가. 왜 어떤 무지는 수치심인데, 어떤 무지는 권력이 되는가. "무식하다"는 욕 같지만 자기 위치를 모르는 이들에겐 완장이다. 그래야 통치가 가능하다. 대개 남성들은 '지식인'이든 아니든 여성주의를 모르는 것을 자랑스럽거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진정한 페미니즘을 가르치려는 이들도 있다. 우리 사회에는 장애, 성별, 이성애 제도에 대한 지식이 없다. 나는 '정상인'들의 무지가 차별의 엔진이라고 생각한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매번 대응할 수도, 교정을 요구할 수도 없는 고단한 삶이다. 무지를 부끄러워하기는 커녕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해결하기 어려운 권력은 '몰라도 되는 권력'이다.

...

누구나 질문이라는 형식의 모욕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무지를 부끄럽게 여긴다면, 즉 잠시 입을 다문다면 그것이 평화요, 힐링이다. 인간이 자기 모습을 직시할 수 있는 통로는 거울이 아니라 상상력이다. "거울 속의 나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외모는 특정 이미지로 정형화되어 있고 의료 체제와 매체에 의해 수시로 변한다. 그 전형을 따라 잡는 것도, 벗어나는 것도 힘겨운 세상이다. 이제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은 만인에 대한 전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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